사건의 시작
문교신은 그날도 새벽같이 눈을 떴다. 장거리 무선통신 동호회를 서른 해 가까이 이끌어 온 그에게 철야 교신 행사를 앞둔 아침은 언제나 유별났다. 낡은 수첩에 그날의 순서를 다시 확인하고, 통신실 창문을 열어 바람의 방향부터 가늠하는 일이 오래된 버릇이었다. 태풍이 북상한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그는 행사를 미루지 않았다. 그는 평소에도 폭풍 속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순간이야말로 이 취미의 진짜 재미라고 말하곤 했다. 젊은 시절 혼자 안테나를 세우던 기억이 여전히 그를 붙들고 있었다.
그는 아침 내내 통신실을 오가며 낡은 장비들을 손봤다. 무선 장비 랙 앞에 쭈그려 앉아 배선을 살피고, 등명기 자동 가동 기록 장치의 눈금을 다시 맞췄다. 콜사인 목록을 손끝으로 짚어 가며 그날 밤 교신할 순서를 몇 번이나 되뇄다. 마지막 배가 낮에 섬을 떠났고, 그 순간부터 뭍과의 연락은 무전과 팩스뿐이었다. 그는 그 사실이 오히려 든든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섬 하나를 통째로 빌린 것 같은 그 고립감이야말로, 그가 이 행사를 해마다 기다려 온 이유였다.
오후 늦게부터 바람이 거세졌다. 파도가 절벽을 때리는 소리가 통신실 창을 타고 넘어왔고, 낡은 장비들 사이로 기름 냄새와 축축한 소금기가 뒤섞여 감돌았다. 등탑 꼭대기의 등명기는 예정대로 규칙적으로 돌며 흰 빛줄기를 어둠 위에 그었다 지우기를 되풀이했다. 복도를 오가는 발소리를 따라 손전등 불빛이 흔들렸고, 휴게실 라디오에서는 태풍 예보가 낮은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창틀이 이따금 삐걱이며 바람의 세기를 알렸다.
저녁 무렵, 문교신은 통신실 구석에서 누군가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운영권을 넘기는 문제를 두고 요 몇 달 오갔던 실랑이가 다시 도진 모양이었다. 평소라면 웃으며 넘겼을 그 대화에, 이번에는 그의 얼굴이 잠깐 굳어 있었다. 휴게실 쪽에서는 갓 들어온 신입 회원이 낯선 얼굴들 틈에서 자꾸 손목시계를 들여다봤고, 등명기 램프실로 이어지는 계단에서는 낯선 발소리가 평소보다 오래 머물다 사라졌다. 창고 쪽 어둠 속에서는 누군가 보온병을 손에 든 채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며 예정돼 있던 정시 보고 하나가 끝내 오지 않았다. 통신실을 지키던 사람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을 뿐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등명기 불빛이 규칙적으로 어둠을 가르고 있었고, 무전기 스피커에서는 잡음 섞인 신호음이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자정을 넘긴 시각, 통신실 문이 한 번 열렸다가 다시 조용히 닫혔다.
다음 날 아침, 밤새 몰아치던 태풍이 잦아들고 창밖으로 옅은 빛이 스며들 무렵, 아침 당번이 가장 먼저 통신실 문을 열었다. 문교신은 콘솔 앞에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부른 목소리에도, 흔드는 손길에도 그는 반응하지 않았다. 밤새 돌던 등명기만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창밖에서 규칙적으로 빛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당번은 한참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벽시계를 다시 한번 올려다봤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리쳐 사람들을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뒤늦게 그를 흔들었고, 그제야 복도를 향해 목소리를 터뜨렸다. 태풍이 지나간 섬에는 이제 뭍으로 나갈 배도, 도망칠 곳도 없었다.
그날 밤, 그 섬에 있던 여섯 사람 중 문교신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건에서 하는 일
- 현장을 훑어 단서를 직접 찾습니다. 자동으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 인물들의 진술을 나란히 놓고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찾습니다.
- 확인한 것과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을 수첩에 나눠 적습니다.
-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 나가 범인 한 사람을 지목합니다.
- 지목 후 사건의 전말과, 각 단서가 무엇을 가리켰는지 대조해 봅니다.
누구에게 맞나
사람을 모으거나 진행자를 정하지 않고 혼자 추리하고 싶은 사람, 운이나 반사신경이 아니라 논리만으로 답이 정해지는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정답은 하나이고, 도달 가능한 단서만으로 그 하나에 이르도록 설계·검증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