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
민절약은 이 집안의 신탁을 삼십 년 가까이 관리해 왔다. 지출 하나하나를 따져 묻는 그녀의 태도에는 예외가 없었다. 조카의 용돈이든 집안 행사의 경비든, 영수증 한 장 없이는 지갑을 열지 않았다. 언젠가 급히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부탁에도 그녀는 영수증부터 챙겨 오라고 답했고, 그 일로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냉정한 사람'이었다. 정작 그녀 자신은 그 별명을 딱히 부정하지도, 굳이 해명하지도 않았다. 다만 장부를 정리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오래 책상 앞에 머물렀다.
기일이 다가오면 별장은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창업자의 뒤를 이어 이 집안을 지켜 온 신탁 관리인으로서, 민절약은 해마다 이 행사를 손수 준비했다. 온실의 화분 배치부터 사당의 제기 하나까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낯빛에는 예년보다 조금 더 깊은 그늘이 드리워 있었는데, 그 이유를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며칠 전부터 그녀는 낡은 장부 하나를 몰래 꺼내 보곤 했고, 누가 다가오면 서둘러 서랍에 밀어 넣었다.
그날 저녁, 별장에는 여섯 사람이 모여 있었다. 다음 대를 이을 것으로 여겨지는 장손 민승계는 도착하자마자 그녀를 붙잡고 안부를 물었다. 조용히 내조해 온 배우자 오내조는 손님들 사이를 오가며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가장 다정하다는 평판을 쌓아 온 조카 민사업은 어른들 사이를 살뜰히 오가며 자리를 챙겼고, 유독 그녀 곁에 붙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오래 발길을 끊었다가 이번에 처음 다시 초대받은 먼 친척 우냉담은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조금 서먹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삼십 년 넘게 이 집을 지켜 온 관리인 심충직은 여느 때처럼 손님을 안내하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몇 해 전 사이가 틀어졌던 손아래 형제 민화해는, 오랜만에 용기를 내 그녀에게 다가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여섯 사람 모두 오늘 밤 그녀와 짧게라도 말을 나눌 생각이었다.
제례가 끝나갈 무렵, 민절약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누군가에게 따로 전할 말이 있다고만 했다. 사당을 나선 그녀는 온실 쪽으로 향했다. 저녁 공기가 유리 너머로 서늘하게 감돌았고, 화분들 사이로 불빛이 낮게 깔려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손에는 낡은 수첩이 들려 있었다.
온실 안은 고요했다. 그녀는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수첩을 몇 번이고 폈다 덮기를 반복했다. 화분 사이 좁은 통로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느끼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오늘 밤 안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응접실에서는 저마다의 대화가 이어졌다. 누구는 다음 대 이야기를, 누구는 오랜만의 재회를 이야기했다. 아무도 온실 쪽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기일 저녁이라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은 그렇게 조용히 흘러갔다.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한 손님이 다과를 준비하러 온실 쪽으로 향했다가 걸음을 멈췄다. 불빛 아래, 그녀가 그렇게 아끼던 화분들 사이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하나둘 온실 앞으로 모여들었고, 누군가의 짧은 비명이 정적을 갈랐다. 그녀가 평생 지켜 온 냉정함은, 정말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그녀가 평생 지켜 온 냉정함은 정말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 그리고 그 밤, 민절약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건에서 하는 일
- 현장을 훑어 단서를 직접 찾습니다. 자동으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 인물들의 진술을 나란히 놓고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찾습니다.
- 확인한 것과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을 수첩에 나눠 적습니다.
-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 나가 범인 한 사람을 지목합니다.
- 지목 후 사건의 전말과, 각 단서가 무엇을 가리켰는지 대조해 봅니다.
누구에게 맞나
사람을 모으거나 진행자를 정하지 않고 혼자 추리하고 싶은 사람, 운이나 반사신경이 아니라 논리만으로 답이 정해지는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정답은 하나이고, 도달 가능한 단서만으로 그 하나에 이르도록 설계·검증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