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
사람들은 탁명수를 이름보다 '미스터 케이지'라는 무대 이름으로 먼저 불렀다. 물을 채운 상자 안에서 사슬과 자물쇠를 풀고 걸어 나오는 마술사. 40년 가까이 그는 관객이 숨을 참는 그 몇 초로 무대를 채웠다. 물속에서 그의 손이 무엇을 하는지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다만 상자가 열리고 그가 흠뻑 젖은 채 웃으며 걸어 나오면, 극장은 떠나갈 듯한 박수로 가득 찼다.
그 몇 초 뒤에는 여러 사람의 손이 있었다. 조명을 달고 줄을 팽팽하게 맞추는 손, 자물쇠와 무대 의상의 단추 하나까지 챙기는 손, 물을 길어 상자를 채우는 손. 무대에 서는 사람은 한 명이었지만, 그 한 명을 세우려고 여러 사람이 오랜 세월을 보탰다. 그들은 박수를 받는 자리에 서지 못했고, 그 사실을 저마다 다르게 견뎠다. 언젠가 자기 이름으로 무대에 설 날을 기다린 사람도 있었고, 그 꿈을 오래전에 접은 사람도 있었다. 스승은 그 마음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도 한 번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 무대를 자기 저택의 극장에서 올리겠다고 했을 때, 곁을 지켜 온 사람들의 얼굴은 저마다 달랐다. 공연 연습과 상자 잠그기, 마지막 점검까지 맡아 온 제1 조수. 조명과 천장 줄 설비를 책임지는 무대감독. 분장실 소품을 챙기는 소품담당. 몇 달 전에 들어온 신입 조수. 그리고 오래 그를 진료해 온 담당 의사. 은퇴식은 이들 모두의 세월이 한꺼번에 끝나는 날이기도 했다.
이 무대와 이름을 누구에게 물려줄지, 스승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늘 잠가 두는 설계 노트에는 한 번도 무대에 올리지 않은 탈출쇼 계획과, 곁의 사람들을 두고 쓴 평가가 함께 적혀 있다는 말이 돌았다. 그 노트를 실제로 펼쳐 본 사람이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사람을 몰아붙이며 완벽을 요구해 온 세월 동안, 기대와 원망이 같은 무게로 쌓여 있었다.
그날 저녁 저택에는 비가 내렸다. 늦게 도착한 공연 장비가 현관에 쌓였고, 30년 넘게 이 저택을 돌봐 온 관리인 노집사가 현관을 오가며 손님을 맞았다. 대기실에는 손님에게 낼 잔이 놓였다. 무대 밑 지하에서는 신입 조수가 탈출에 쓰는 유리 상자, 워터 셀에 물을 채웠다. 천장에 매단 조명 줄도 그날 저녁 누군가의 손을 한 번 더 탔다. 밤이 깊어 마지막 안전점검이 끝났고, 점검 기록장에 '이상 없음'이 적혔다. 스승은 그 네 글자를 믿고 장치를 직접 다시 살피지 않았다.
21시 30분, 탁명수는 무대에 올라 상자 꼭대기의 뚜껑 문으로 물속에 들어갔다. 뚜껑이 닫히고 잠겼다. 연습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몇 초가 지나도 상자가 열리지 않았다. 물 안쪽에서 손이 무언가를 더듬는 그림자가 비쳤고, 곧 그마저 멎었다. 공연팀이 상자를 깨뜨리기까지 몇 분이 걸렸고, 그동안 명인은 끝내 걸어 나오지 못했다.
예비 산소는 나오지 않았다. 위급할 때 여는 비상 밸브도 열리지 않았다. 40년을 물에서 살아 나온 사람이 자기 무대 위에서 물에 잠겼다. 남은 다섯 사람은 그 시각 저마다 어디에 있었는지 말했다. 그 말들을 나란히 놓으면 어딘가 한 군데가 맞지 않는다. 그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40년 동안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탈출의 명인, 탁명수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건에서 하는 일
- 현장을 훑어 단서를 직접 찾습니다. 자동으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 인물들의 진술을 나란히 놓고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찾습니다.
- 확인한 것과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을 수첩에 나눠 적습니다.
-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 나가 범인 한 사람을 지목합니다.
- 지목 후 사건의 전말과, 각 단서가 무엇을 가리켰는지 대조해 봅니다.
누구에게 맞나
사람을 모으거나 진행자를 정하지 않고 혼자 추리하고 싶은 사람, 운이나 반사신경이 아니라 논리만으로 답이 정해지는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정답은 하나이고, 도달 가능한 단서만으로 그 하나에 이르도록 설계·검증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