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
석낙관은 평생 돌과 나무에 글자를 새기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완월당(玩月堂)이라는 당호로 불렸지만, 정작 그 이름을 입에 담는 사람 앞에서는 늘 겸손하게 손사래를 쳤다. 젊은 시절부터 손끝으로 먹고살아 온 사람 특유의 과묵함이 몸에 배어 있었고, 말보다 도장 하나로 마음을 전하는 편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이번 밤, 그는 오랫동안 미뤄 온 결정을 마침내 발표하기로 마음먹었다. 작업실과 판권을 이어받을 계승자를 정하는 일이었다.
강변에 홀로 서 있는 별장은 그가 아끼는 공간이었다. 본채 2층에는 그의 작업실이 있었고, 마당 건너 별채에는 오래된 공방이 자리했다. 그날 저녁, 그는 이 별장으로 여섯 사람을 불러 모았다. 칠 년째 곁을 지킨 수석 제자, 예술에는 관심 없지만 유산 앞에서는 진지해지는 두 자녀, 판권 계약을 앞둔 갤러리스트, 오랜 후원자이자 소장가, 그리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조각칼을 배운 젊은 조수까지. 모두가 한 지붕 아래 모인 것은 오랜만이었다.
강 건너편에서부터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하나둘 우산을 접으며 현관에 들어섰고, 신발장 앞에는 젖은 우산들이 나란히 늘어섰다. 마당 건너 별채 공방에는 그날따라 불이 꺼져 있었다. 평소라면 밤늦도록 조각칼 소리가 새어 나오던 곳이었지만, 발표를 앞둔 그날만큼은 누구도 그 문을 열지 않았다. 강물 위로 안개가 낮게 깔리고, 창유리마다 빗물이 줄줄이 흘러내렸다.
저녁 식탁의 분위기는 겉으로는 화기애애했다. 후원자가 손수 우려 온 보약을 건넸고, 갤러리스트는 계약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으며, 두 자녀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 수석 제자는 발표를 조금만 미뤄 달라고 조용히 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조수는 평소처럼 말없이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떴다. 아무도 큰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식탁 밑에서는 저마다의 계산이 분주히 오갔다.
식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누군가는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만 들여다보았고, 누군가는 창밖의 빗줄기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저마다 다음 발표를 기다리는 표정이었지만, 기다리는 속내는 사람마다 사뭇 달랐다. 오래 참아 온 사람도 있었고, 애써 태연한 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계는 자정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며 하늘에서는 빗기운이 짙어졌다. 석낙관은 발표 전 마지막으로 손볼 것이 있다며 작업실로 올라갔다. 그가 매만지던 것은 미완성 도장 원석 하나였다. 완성되면 누군가에게 건넬 예정이었지만, 그 이름은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였다. 그리고 밤 아홉 시 오십 분, 별장 전체가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어둠에 잠겼다. 촛불도 손전등도 빗소리에 묻혀, 그 어둠 속에서 누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또렷이 말하지 못했다.
정전은 한 시간 남짓 이어지다가 다시 불이 들어왔다. 별장은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했다. 그러나 이튿날 새벽, 작업실을 찾은 가사도우미가 비명을 질렀다. 석낙관은 작업대 옆에 쓰러진 채 발견됐고, 그의 손에는 여전히 그 미완성 도장 원석이 쥐어져 있었다. 발표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여섯 사람 모두 그럴듯한 사정을 하나씩 감추고 있었다. 다투었던 사람도, 몰래 만난 사람도, 감춘 계산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중 누구도 스스로 손에 피를 묻혔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완성되지 못한 채 남은 도장 하나만이, 그 밤의 진실을 조용히 쥐고 있을 뿐이었다.
석낙관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건에서 하는 일
- 현장을 훑어 단서를 직접 찾습니다. 자동으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 인물들의 진술을 나란히 놓고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찾습니다.
- 확인한 것과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을 수첩에 나눠 적습니다.
-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 나가 범인 한 사람을 지목합니다.
- 지목 후 사건의 전말과, 각 단서가 무엇을 가리켰는지 대조해 봅니다.
누구에게 맞나
사람을 모으거나 진행자를 정하지 않고 혼자 추리하고 싶은 사람, 운이나 반사신경이 아니라 논리만으로 답이 정해지는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정답은 하나이고, 도달 가능한 단서만으로 그 하나에 이르도록 설계·검증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