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
엄감독은 무대 뒤 연습실 거울벽 앞에 서서 오늘 밤을 몇 번이고 되짚었다. 내일이면 쇼케이스 개막이다. 지난 두 시간 동안 마지막 기술 리허설을 붙잡고 늘어졌고, 스태프들의 얼굴에는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완벽하지 않은 채로 무대에 올리느니 오늘 밤 몇 번을 더 세우는 편이 나았다.
연습실 안은 마룻바닥 왁스 냄새와 땀에 젖은 무용복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형광등 아래 한쪽 벽면 전체를 덮은 접이식 거울 파티션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몇 겹으로 되비췄다. 공간을 넓히거나 좁힐 때마다 그 파티션은 삐걱, 낮은 경첩 소리를 냈다. 오늘도 리허설 도중 몇 번이나 그 소리가 났다 — 스태프 하나가 지나가며 '저거 또 각도 바뀌었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리는 걸 그는 얼핏 들었다.
오늘 밤은 유난히 사람들과 부딪히는 날이었다. 정산을 둘러싸고 원가봉과 언성이 높아졌고,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갈라져 있었다. 밀린 임금 얘기로 양전환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후원자 위회수는 자금 회수를 통보하며 그를 붙잡고 한참을 얘기했다. 저녁 초반에는 지난 시즌 해고했던 범퇴단이 갑자기 나타나 소품 단검을 들이대는 소동까지 있었다 — 다행히 다른 스태프가 뜯어말렸고, 그는 곧 건물 밖으로 배웅됐다.
곽주역과의 신경전도 여전했다. 이번 시즌 주역 자리를 놓고 그가 던진 말 한마디에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는 걸 그는 놓치지 않았다. 언젠가 배역을 조정해야 할 순간이 오면, 그때 쓸 수 있는 카드가 자신에게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소란이 잦아들 무렵, 그는 잠시 거울벽 앞에 혼자 남았다. 리허설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잔상이 아직 거울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듯했다. 그는 조명 스탠드 위치를 손수 조금 옮기고, 바닥에 붙은 테이프 마킹을 다시 확인했다. 창밖에서 저녁 공기가 서늘하게 스며들었고, 내일 무대에서는 이 각도 하나까지도 완벽해야 했다.
문밖에서는 언더스터디 길대역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지막 점검이 끝나면 감독을 모시고 함께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녀는 문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친 안쪽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발소리 하나 없이 조용한 복도였다.
분장실 쪽에서는 의상 디자이너 원가봉이 홀로 정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오늘 정산 문제로 스태프들 앞에서 크게 언성이 오간 뒤라, 그녀의 손끝은 평소보다 거칠었다. 옷걸이에 걸린 의상들이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조용히 흔들렸다.
엄감독은 다시 거울 앞으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대형을 점검했다. 개막까지 이제 하루가 채 남지 않았다. 그는 오늘 밤 안에 모든 걸 매듭짓고 싶었다 — 정산도, 배역도,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곁 사람들 저마다의 사정도.
얼마 뒤, 길대역은 문 앞에서 더 기다리다 못해 결국 손잡이를 돌렸다. 문을 열자 거울 앞, 넘어진 조명 스탠드 곁에 감독이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순간 자신이 방금까지 거울로 보고 있던 장면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어졌다.
그 거울이 정말 연습실을 비추고 있었다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감독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건에서 하는 일
- 현장을 훑어 단서를 직접 찾습니다. 자동으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 인물들의 진술을 나란히 놓고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찾습니다.
- 확인한 것과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을 수첩에 나눠 적습니다.
-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 나가 범인 한 사람을 지목합니다.
- 지목 후 사건의 전말과, 각 단서가 무엇을 가리켰는지 대조해 봅니다.
누구에게 맞나
사람을 모으거나 진행자를 정하지 않고 혼자 추리하고 싶은 사람, 운이나 반사신경이 아니라 논리만으로 답이 정해지는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정답은 하나이고, 도달 가능한 단서만으로 그 하나에 이르도록 설계·검증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