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052 · 결선 심사가 한창이던 밤 · 블라인드 시식 부스

블라인드 결선의 밤

★★★★★ · 약 40~60분 · 용의자 6명 · 1인 플레이 ·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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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결선의 밤 사건 현장

사건의 시작

조미각은 스물여섯 해째 접시 앞에 앉아 온 사람이었다. 미식 칼럼니스트로 이름을 얻고 이 프로그램의 수석 심사위원 자리에 앉은 뒤로도, 그는 늘 같은 말을 되뇌었다. "맛이 아니라 사람을 심사하지 않겠다." 신진 시절 무심코 쓴 한 줄의 혹평이 한 청년의 커리어를 통째로 끝내 버린 뒤로 생긴 원칙이었다. 그날의 죄책감은 세월이 지나도 옅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더 신중하고 더 조심스러운 심사위원으로 만들었다.

원칙은 세우기보다 지키기가 어려웠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접시 뒤의 사정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누가 무엇을 걸고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이 한 접시가 그 사람에게 무슨 뜻인지를 알아 버리면 혀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조미각은 그럴 때마다 자기 원칙을 소리 내어 되뇌었다. 되뇌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게 무슨 뜻인지도, 그는 알고 있었다.

결선의 밤, 스튜디오는 여느 때보다 팽팽했다. 여섯 명의 참가자는 칸막이 너머 심사위원단에게 얼굴을 감춘 채 마지막 접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누가 만든 접시인지 모르는 채로 맛만 보고 점수를 매기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이 프로그램의 자랑이었다. 조리 라인에는 인덕션과 오븐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고, 그중 한 자리에만 저온조리기 통이 놓여 있었다. 물통 속 온도만 유지되면 사람이 곁에 없어도 알아서 조리가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 그 사실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참가자들도 저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서 있었다. 우승 후보로 일찌감치 꼽힌 사람이 있었고, 두 시즌째 하위권을 맴돈 사람이 있었고, 이번 결과 하나에 다음 계약이 걸린 사람도 있었다. 칸막이는 얼굴만 가릴 뿐 사정까지 가려 주지는 않았다. 스튜디오 안의 모두가 서로의 사정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모른 척했고, 그 모른 척이 그날 밤 유난히 두꺼웠다.

21시 20분, 심사 휴지기가 시작됐다. 심사위원단이 다음 접시를 기다리는 그 짧은 자유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스테이션을 비웠다. 누군가는 물을 마시러, 누군가는 통화를 하러, 누군가는 그저 숨을 돌리러. 스무 분 남짓, 주방이 가장 헐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조미각 역시 그 시간을 이용해 조용히 움직였다. 그는 최근 두 가지 위화감을 안고 있었다 — 하나는 시식 중 알아챈 낯익은 손맛, 다른 하나는 냉장 보관고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낡은 장부였다. 결선이 끝나기 전에 매듭짓고 싶은 일들이었다. 그날 아침 그는 조리 라인 코르크보드에 자기 원칙을 다시 적어 붙였다. 오늘 날짜까지 눌러 적은 걸 보면, 스스로에게 못을 박아 두고 싶었던 모양이다.

22시 5분, 최종 플레이팅을 위해 스태프가 시식 부스에 들어섰을 때 그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조리용 저울 하나가 그의 곁에 나동그라져 있었고, 부스 안에는 몸싸움의 흔적이라 할 만한 것도, 뚜렷한 목격자도 없었다. 칸막이 탓에 부스 안은 어느 자리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 그 시간, 여섯 사람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리를 비울 수 있었다'는 것.

경찰이 도착하고 참가자들의 진술이 하나둘 모였다.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 "저는 그 시간 내내 제 스테이션에 있었어요. 장비가 증명해 줄 거예요." 그러나 장비가 증명하는 것은 사람이 거기 있었다는 사실일까, 아니면 장비가 알아서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뿐일까. 수사는 그 물음에서 다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그 시간엔 장비가 알아서 조리 중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켜져 있던 장비가 증명하는 것은 기계의 자리일까, 사람의 자리일까. 그날 밤, 결선 주방에서 조미각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건에서 하는 일

  1. 현장을 훑어 단서를 직접 찾습니다. 자동으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2. 인물들의 진술을 나란히 놓고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찾습니다.
  3. 확인한 것과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을 수첩에 나눠 적습니다.
  4.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 나가 범인 한 사람을 지목합니다.
  5. 지목 후 사건의 전말과, 각 단서가 무엇을 가리켰는지 대조해 봅니다.

누구에게 맞나

사람을 모으거나 진행자를 정하지 않고 혼자 추리하고 싶은 사람, 운이나 반사신경이 아니라 논리만으로 답이 정해지는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정답은 하나이고, 도달 가능한 단서만으로 그 하나에 이르도록 설계·검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