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053 · 평의 사흘째 밤 · 법원 인근 연수원 배심원 격리 3층

격리 숙소의 밤

★★★★★ · 약 35~60분 · 용의자 6명 · 1인 플레이 ·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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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숙소의 밤 사건 현장

사건의 시작

문정의는 정년 뒤 처음으로 자기 이름이 불리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중학교 교장으로 마흔 해 가까이 살았고, 퇴임한 뒤로는 아무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배심원 소환장이 왔을 때 그는 그 종이를 사흘이나 식탁에 세워 두고 오가며 들여다봤다. 안내문을 몇 번이나 다시 읽으며, 자기 이름이 실수로 뽑힌 건 아닌지 생각했다.

재판 중인 사건은 물류창고 화재였다. 새벽에 불이 나 하청 노동자 넷이 숨졌고, 창고 운영사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었다. 쟁점은 하나였다. 안전설비 예산으로 잡힌 돈이 실제로 안전설비에 쓰였는가, 아니면 서류에서만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어졌는가. 회사 쪽은 절차를 다 지켰다고 했고, 유족 쪽 증인은 소화기 하나가 몇 해째 점검을 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첫날 오전, 재판장은 배심원 후보들에게 사건과 얽힌 사정이 있으면 스스로 기피를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아는 회사인지, 화재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지가 한 장씩 돌았다. 문정의는 자기 칸을 전부 아니오로 채웠다. 몇 자리 건너 앉은 사람이 질문지를 오래 들여다보다가 결국 그대로 제출하는 것을, 그는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쳤다.

선서가 끝나고 여섯 사람이 둥글게 둘러앉아 서로의 이름표를 확인했다. 나이 지긋한 사람이 자리를 정리해 주면 좋겠다는 말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고, 몇 사람이 문정의를 쳐다봤다. 그는 손사래를 치다가 결국 배심원장 자리에 앉았다. 마흔 해 동안 앞에 서서 말해 온 습관이 이번에도 그를 그 자리로 밀어 넣었다.

격리 숙소는 법원 인근 연수원 3층이었다. 복도 남쪽 서편에 공용 라운지 유리문이 있고 그 동쪽으로 개인실 여섯 개가 나란히 있었다. 유리문 바로 맞은편, 복도 북쪽에 합의실 문이 마주 보고 있었다. 서쪽 끝은 관리실, 동쪽 끝은 비상계단 문이었다. 복도와 계단참 사이는 카드 없이 여닫히는 방화문이지만, 계단참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출구는 계호 담당의 카드로만 열렸다. 휴대전화는 첫날 전부 관리실 보관함에 넣어 봉인했다. 사흘 동안 그 층에서는 시계와 사람 목소리 말고는 시간을 알려 주는 것이 없었다. 그는 그 적막이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교무실에 혼자 남아 야간자습을 지켜보던 밤들과 닮아 있었다.

그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버릇이 하나 있었다. 손바닥만 한 녹음기를 가방 안감에 넣어 들여왔고, 밤마다 그날 평의에서 오간 말을 소리로 정리했다. 회고록을 쓰고 싶었다. 판단하는 자리에 앉아 본 노인의 기록 같은 것을. 배심원이 평의 내용을 밖으로 옮기는 것은 금지돼 있었다. 평생 원칙으로 살았다고 믿은 사람이 그 며칠 동안은 매일 밤 자기 원칙을 어기고 있었다.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 것은 둘째 날 저녁이었다. 서류상 숫자만 보면 문제가 없다는 쪽과, 숫자 뒤에 감춰진 사정이 있을 거라는 쪽으로 자리가 나뉘었다.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없었지만, 식사 자리에서 마주 앉는 순서가 슬그머니 바뀌었다. 문정의는 양쪽 말을 다 들으며 결론을 미루었고, 그 미룸이 사흘째까지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흘째 평의도 자정을 넘겼다. 그는 나머지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혼자 합의실에 남아 증거기록 사본 뭉치를 다시 넘겼다. 종이 넘기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복도 저편 라운지에서는 잠들지 못한 사람이 창밖을 보고 있었고, 개인실 어디선가는 손목이 아파 뒤척이는 사람이 있었고, 지하로 내려간 승강기가 한 번 멎었다. 저마다의 밤이 같은 층에서 각자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손이 한 장에서 멈췄다. 그가 다음으로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침이 되어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사흘째 새벽, 합의실에 혼자 남았던 배심원장 문정의가 숨진 채 발견됐다. 라운지 탁자에는 그 밤을 적어 둔 손글씨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날 밤, 격리된 연수원 3층에서 문정의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건에서 하는 일

  1. 현장을 훑어 단서를 직접 찾습니다. 자동으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2. 인물들의 진술을 나란히 놓고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찾습니다.
  3. 확인한 것과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을 수첩에 나눠 적습니다.
  4.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 나가 범인 한 사람을 지목합니다.
  5. 지목 후 사건의 전말과, 각 단서가 무엇을 가리켰는지 대조해 봅니다.

누구에게 맞나

사람을 모으거나 진행자를 정하지 않고 혼자 추리하고 싶은 사람, 운이나 반사신경이 아니라 논리만으로 답이 정해지는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정답은 하나이고, 도달 가능한 단서만으로 그 하나에 이르도록 설계·검증되어 있습니다.